빈집 130,000,000개

사람들은 말한다.
“중국 부동산이 무너진다.”
“1억 3천만 채의 아파트가 비어 있다.”
“거대한 붕괴의 전조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것은 진짜 ‘붕괴’일까? 아니면, 다른 철학에 기반한 구조일까?

1억 3천만 채의 빈집

뉴스는 자극적이다.
“130 million homes empty.”
수치는 거대하고, 이미지도 선명하다.
텅 빈 신도시, 불 꺼진 고층 건물들, 인적 없는 보행로.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위기’라는 단어로 정의될 수 있을까?

위기의 정의는 관점에서 결정된다

서구권의 시각에서는,
집이 분양되지 않는다는 것은 투자 실패를 의미한다.
빚이 쌓이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기업이 도산한다.

하지만 중국의 시스템은 다르다.
은행이 다르고, 이자의 철학이 다르다.
무엇보다 ‘시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자본주의의 심장: 이자와 회전율

서구권 자본주의를 체택한 나라에서는 이자의 시간 가치(Time Value of Money)를 믿는다.
100만 원은 오늘이 내일보다 더 가치 있다.
그래서 아파트를 짓자마자 팔아야 하고,
팔리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는 ‘손해’가 시작된다.

이 시스템에서는 ‘회전’이 곧 ‘생존’이다.
느린 회전은 곧 파산이다.

중국의 시스템은 반대다

중국의 4대 은행은 모두 국유다.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이 은행들의 수익은 국가로 귀속되며,
국가는 이를 다시 사회 인프라인 철도, 도로, 지하철, 공공주택에 투자한다.

은행이 이익을 내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다.
손실이 ‘사회화’된다.

즉, 건설사가 무너지면,
그 채권은 은행으로,
은행의 부실은 정부로,
정부의 손실은 사회 전체로 분산된다.

그리고 그 집들은 결국 국가의 자산이 된다.

그리고 이 빈집들을 슬럼을 줄이는데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의 인구 구조를 보자.
중산층 약 5억 명.
그러나 여전히 7억 명의 저소득층이
도심 아파트에 접근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들에게 1억 채의 빈집을 공급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사회복지이며, 슬럼 문제의 해법이다.

월 소득 100만 원 → 임대료 10만 원

월 소득 50만 원 → 임대료 5만 원

이것은 투자 수익이 아닌, 사회 안정 장치다.

추가로 사회유지비용이 낮아져서, 개개인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사회유지비용이란 사회 인프라를 사용할때 발생하는 간접비용들을 말한다. 

임대료, 교통비, 인건비, 전기세, 기계 감가상각, 보험료 등 

사회유지비용이 높으면 그 가격이 상품의 가격에 반영되 비싸진다.

반대로 저렴하면  상품의 가격은 내려간다.

자세한건 아래 글 참고 바람.

중국 제품이 항상 저렴한 이유

회전이냐, 보유냐: 철학의 차이

서구권에서는 회전율을 믿는다.
중국은 보유 가치를 믿는다.

서구권 경제는 ROI(투자 수익률)에 기반되어 있다.

중국은 장기 보유 후, 활용 가치를 극대화한다.

중국은 말한다.
“지금 필요 없을 뿐이야.
필요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왜냐하면 이자는 사회 전체가 감당해주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할까?

정직하게 말하자면, 아니다.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의 재정은 한계가 있고,
언젠가는 감당할 수 없는 적자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오래 지속 가능하다.’

즉, 무너지긴 하겠지만, 금방은 아니다.
100년은 갈 수 있다.
왜냐하면 손실을 즉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서 자원을 당겨와, 오늘을 유지하는 시스템.

그게 바로 중국의 국가 시스템이다.

부동산은 무너지지만, 국가는 유지된다

서브프라임 때 미국은 무너졌다.
은행이 무너지고, 보험사가 무너지고,

여러 회사들이 연계되어서 무너졌다.
결국 정부가 막대한 구제금융을 쏟아부었다.

(참고로 2008년 미국 정부가 준 구제 금융은 '공짜 돈' 이 아닌 '빚' 이 였다)

(즉 '정부 자산화'가 아닌 돈을 '빌려'준것)

중국은 그런 식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처음부터 손실을 '정부 자산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는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것이 국가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중국은 위기 위에 성을 짓는 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성은 지금도, 천천히, 조용히
사람을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성이 언제 무너질지는 모른다.

단지 이 빈집 1억 3천만개가 뇌관이 되지는 않을거라는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