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로 본 미래 사회
김대식 교수의 2018년 강연을 정리한 글. 의견 일부 추가.
1차 산업혁명에서 기계가 인간 육체노동을 대체했고, 그 결과 노동과 여가의 경계가 거의 사라짐. 200년 전엔 노동이었던 돌 들기가 지금은 헬스장에서 돈 내고 하는 여가가 됨. 지금은 AI가 결합된 2차 기계 혁명 진입 단계. 이번엔 기계가 육체노동뿐 아니라 지적 노동까지 대체할 수 있음. 30~50년 후엔 머리 쓰는 게 그리워서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풀러 가는 시대가 올 수도. 방 탈출 카페가 이미 그런 신호.
“AI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19세기 초 “전기로 뭘 할 수 있을까”랑 비슷함. 답이 너무 많아서 무의미한 질문. 결국 모든 게 그걸로 굴러가게 됨. 코딩·반도체 설계·법률처럼 비싼 지적 노동도 대량생산되면 그 일자리는 줄어드는 게 당연한 흐름.
비슷한 일이 2000년 전에 있었음. 로마 공화국 시민군은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수확해야 해서 6개월짜리 전쟁만 가능했음. 그런데 로마가 너무 성공해서 영국까지 가니 5~10년씩 안 돌아옴. 그 사이 농가가 망함. 여자들은 소·돼지·집을 팔다 결국 본인 시간을 팔아 부자(Senex) 집의 종으로 들어감. 남자들이 돌아왔을 땐 가족이 이미 세넥스 집 종이었음. 거기다 로마가 유럽을 정복하며 노예 수천만이 들어옴. 이 노예가 본질적으로 지금의 AI 역할. 월급 없이 일함. 결과: 중산층이 사라짐. 육체는 노예에게, 지적 노동은 세넥스 자식들한테 밀림.
중산층이 사라지면서 민주주의도 같이 무너짐. 공화정이 제국이 됨. 더 흥미로운 건 공화국이 무너질 때 아무도 안 울었다는 것. 중산층이 이미 없었으니까. 80% 실업 상태였던 시민들에게 로마는 빵(유니버설 베이식 인컴)과 서커스(콜로세움, 거대 목욕탕)를 무료로 줬음.
기술 발전 → 사회 변화 → 경제 변화 → 정치 변화. 이 흐름은 우리가 원해서 오는 것도, 막아서 안 오는 것도 아님. 그냥 옴. 대부분 일은 기계가 하고, 부가가치는 0.0001% 사람들이 가져감. 시민들은 국가나 빅테크가 주는 월급으로 살고, 남는 시간엔 컨텐츠(넷플릭스, 유튜브, 게임)로 때움. 빵과 서커스의 현대판.
결국 우리가 가진 유일한 방법은 기계와 협업하는 법을 배우는 것. 어떻게 가장 잘 쓸지, 어떻게 상생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듯.